9회의 마지막 도루
이닝이 깊어질수록 도루는 줄어든다. 1회 1,893번이었던 시도는 9회에 826번, 절반에도 못 미친다. 그러나 9회에 도루를 시도한 주자들은 — 그 어떤 이닝보다도 — 베이스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.
야구의 도루는 위험한 도박이다. 한 점이 절실한 9회말, 한 명의 주자가 견제 끝에 잡히면 경기는 끝난다. 그래서 모두가 보수적이 된다. 시도 자체가 줄어든다. 그게 통념이었다.
지난 10시즌(2016~2025) KBO 정규시즌 13,111번의 도루 시도를 이닝별로 펼쳐 보았다. 통념의 절반은 맞았다 — 9회의 시도는 1회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.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정반대였다.
막대그래프는 통념을 확인해준다. 1회와 3회는 도루의 무대다. 무사·1사 상황에서 발 빠른 1번·2번 타자가 나가면 코치는 그린 라이트를 켠다. 반면 8회·9회는 시도 자체가 급격히 줄어든다 — 8회는 1,423번, 9회는 826번.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는 순간이 늘어난다.
9회의 도루 성공률은 81.1%. 어떤 이닝보다 높다.
그런데 성공률 곡선은 정반대로 움직인다. 1회 72.5%로 시작해, 이닝이 깊어질수록 상승한다. 9회는 81.1%로 정점을 찍는다. 시도 자체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. 9회까지 견디고 시도하는 주자는 *진짜 빠른 사람*이거나, 벤치의 대주자다. 코치는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는다. 확신이 있을 때만 보낸다.
이 패턴은 야구의 의사결정 곡선이기도 하다. 시간이 흐를수록 표본이 작아지고, 작아진 표본 안에서 정확도는 올라간다. 모든 도루가 동등한 도박이 아니라는 것 — 9회의 도루는 1회의 도루와 다른 데이터다.